어떤 전시가 나에게 적합한가?

최근 들어 한국 제품디자이너들 사이에서는 해외전시는 ‘붐(boom)’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금도 어디선가 세계 시장에서 자신을 적극적으로 프로모션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유명한 전시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 디자이너는 디자이너 자신을 알리기 위해 전시에 참여하고 다른 디자이너는 작품을 홍보하기 위해 참여를 하며 또는 작품을 생산을 해줄 회사를 찾기 위해 참여를 하기도 한다. 또 다른 디자이너는 자신의 작품을 상품화하여 유통을 해 줄 수 있는 회사를 찾기 위해 전시에 참여를 한다. 필자는 종종 이제 막 전시를 하기를 원하는 디자이너들에게 전시가 어떤지. 좋은지, 나쁜지? 사람들은 많이 오는지? 에 대한 질문을 받곤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전시가 어떤지, 사람들은 많이 오는지 보다는 이 전시가 자신에게 잘 맞는 전시인지를 먼저 생각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디자이너 관점에서 보면 전시는 크게 2가지로 나눠 볼 수 있는데, 첫째는, 주로 디자인의 우위를 논하는 디자인 전시이다. 가수에 빗대어 말하면 콘서트와 같다고 말할 수 있다. 둘째는, 디자인만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관점에서 바라본 상품으로써의 가치를 논하는 트레이드 전시가 있다.  이 둘 전시를 구분을 짖는 것이 쉽지는 않은데 트레이드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잘 된 디자인과 높은 상품의 퀄리티(quality)로 인해 디자인전시라고 생각 할 수 있을 정도로 경계선이 모호한 전시도 있다. 그러나 전시 참여자의 전공을 보면 쉽게 구분을 할 수 있다.  디자인 성향이 강한 전시의 특징은 대부분 참여자가 디자이너인 반면에 트레이드 전시는 대부분의 전시 참여자가 디자이너가 아니라 공학도, 마케터 등 다양하다.

앞서 말한 기본적인 참여자의 차이 때문에 관람객도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디자인전시는 관람객의 대다수가 디자인관련업종의 사람들이 많다. 또한, 디자인 전시이다 보니 기사화를 위한 기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자신이 한 디자인을 인정받고 기사화를 통해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아주 많다는 점이다. 자신의 디자인작품을 해외에 널리 알리고 자신 또한 세계적으로 알리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아주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는 트레이드 성향의 전시인데, 이 전시에는 디자인관련 업종의 관람객보다 상품을 소싱 받아 판매를 하고 싶어 하는 유통관련 관람객이 주를 이룬다. 자신이 제품을 디자인하여 팔 수 있는 상태에 있는 디자이너라면 이런 전시를 적극 추천하고 싶다. 또한, 트레이드 전시는 디자인 전시에 비해 디자인적 가치는 떨어진다고 할 수 있어서 디자인을 전공하여 디자인상품을 직접 제조한 경우라면 두말할 것도 없이 전시장에서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바이어와의 계약을 통해 현지 시장으로 상품을 수출까지 할 수 있는 기회가 디자인전시에 비해 훨씬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트레이드 전시는 말 그대로 상품을 유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놓은 전시이기 때문에 디자인제품을 홍보하고 싶은 목적으로 임한다면 디자인전시에 비해 효과가 없다. 프로토타입 제품을 전시해서 생산을 해줄 수 있는 회사를 찾는 경우도 있을 텐데 이 또한 쉽지가 않다.  바이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큰 투자를 해서 판매하는 방식인데 제품에 대한 성공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판매가 가능한 상품은 소량을 구매해 판매를 시작하여 소비자 반응을 봐가면서 탄력적으로 시장에 대응하기는 어렵지 않다. 생산을 직접 하는 것에 비해서도 손실의 폭도 좁은 것도 이유이다.


필자는 2009년 4월과 7월에 두 전시에 참여를 하였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Salone Satelitte’ 와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Giftex’전시이다.
두 전시에 대해 간단하게 비교를 해 보자면, 우선 규모면에서는 ‘Salone Satelitte’가 월등히 앞선다. 참여업체수, 관람객수, 인지도 또한 높은 편이다.  그러나 성격 면에서는 보면 약간 차이가 있다. ‘Salone Satelitte’는 디자인성향이 짙은 반면에 ‘Giftex’는 트레이드 성향이 짙다. 필자는 3달간의 차이로 같은 컨텐츠로 전시를 하였는데, 전시가 끝난 후에 리뷰를 해본 결과 확연하게 다른 점을 찾을 수가 있었다.  단적으로는 전시 중에 관심을 보여왔던 이들과의 명함인데, ‘Salone Satelitte’의 경우는 주고 받았던 명함의 80프로 이상이 프레스관련 기자들의 명함이었고, ‘Giftex’의 경우는 80프로가 유통관련 바이어들의 명함이었다. 필자가 전시를 했던 상품은 이미 생산이 된 제품이었기 때문에 실직적으로는 ‘Salone Satelitte’ 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나 관람객수가 작은 ‘Giftex’가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이 글은 경험에 비추어 필자가 경험한 두 전시에 관한 간단한 비교를 통해 앞으로의 이제 막 프로모션 하기 위해 전시를 기획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이 어떤 전시가 자신에게 적합한 전시인지를 현명하게 판단 하기 위해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의 글이다.